동아일보, 12곳 CEO 상여금-성과지표 상관관계 분석해보니
9개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타깃으로 시중은행이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중은행장들이 최근 받은 성과급 액수는 은행의 계량화한 실적과 큰 연관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보수 산정 체계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본보가 주요 시중·지방은행 12곳의 2013∼2015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은행장에게 지급된 상여금과 이들의 실제 성과지표를 분석한 결과 둘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은행의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무수익여신(NPL) 비율 등 시중은행이 상여금 산정 기준으로 제시하는 여러 계량지표를 분석했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2013년 당기순손실이 났는데도 당시 은행장에게 약 1억8000만 원에 이르는 상여금을 지급했다. B은행도 2012년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무수익여신 비율 등이 모두 2011년보다 악화됐는데도 2013년 13억 원이 넘는 상여금을 CEO에게 줬다.
A은행 관계자는 “실적지표 한두 개만 갖고 성과급의 적정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면서도 “은행과 당사자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산정 시스템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CEO의 성과급 산정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계량지표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비계량지표들이 은행장의 성과급을 지나치게 높이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3년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CEO의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 CEO의 경우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 평가지표의 비중이 전체의 31.5%를 차지했다. 은행들은 CEO의 비계량 평가점수로 100점 만점에 평균 94점을 줬다.
성과급 액수를 공개해야 하는 보수 한도를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보수가 5억 원을 넘지 않으면 사업보고서에 해당 임원의 보수가 공시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기업 CEO의 연봉에 대해 금융당국이 왈가왈부할 순 없다”면서도 “성과연봉제 확산 흐름에 맞춰 CEO의 성과보수 산정 시스템도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