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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운호 게이트’ 現官비리 이번엔 끝까지 파헤치라

입력 | 2016-06-20 00:00:00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0년 부장급 박모 검사에게 지인 최모 씨를 통해 1억 원을 건네며 감사원 감사를 무마시켜 달라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최 씨는 정 대표한테서 받은 수표 1억 원을 현금으로 바꿔 학연과 친분이 있는 박 검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박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외부 기관에 파견된 L 검사가 대기업 임원을 통해 정 대표 측에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확인 중이다. 이로써 ‘전관(前官)예우’ 의혹만 무성했던 정운호 수사가 본격적인 ‘현관(現官) 비리’ 수사로 옮아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일은 정 대표를 변호하다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2009∼2011년 네이처리퍼블릭은 서울메트로 지하철 상가 운영업체인 S사의 사업권을 웃돈을 주고 매수해 사업 확장을 추진했고, 감사원은 서울메트로가 S사를 상가 운영업체로 선정한 과정을 감사했다. 감사원이 서울메트로의 임대 비리를 파헤치자 정 대표는 감사원 고위 간부와 인연이 있는 박 검사에게 돈을 건네 서울메트로 감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 측의 로비를 받은 현직 검사가 박 검사 한 사람에 그칠 것으로 믿기 어렵다. 정 대표는 2012년 3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사건에 대해 2014년과 2015년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홍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 모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올해 1월에는 그의 보석에 검찰이 적의 처리(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려도 좋다는 뜻) 의견을 붙이는 보기 드문 일까지 벌어졌다. 최유정-홍만표 변호사라는 거물 전관을 도운 현관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홍 변호사 같은 전관 변호사가 연간 100억 원대의 돈을 번 것이 현관 후배 검사의 배려 없이 가능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2014년 정 대표의 원정도박 무혐의 처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 책임자였던 김수남 검찰총장은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현관 비리를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전관예우는 현관 비리와 동전의 양면 관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법조계 전관예우 관행은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치주의를 뿌리째 뒤흔드는 범죄행위임을 검찰만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