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LPGA
■ 같은 듯 다른 한·일 메이저대회
한국과 일본의 골프문화는 매우 흡사하다. 최근에는 ‘남저여고’ 현상을 보이는 것마저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의 모습은 같은 듯 다르다.
5월5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장에서 열린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억2000만엔)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다. 그만큼 팬들의 관심도 높다. 올해는 나흘 동안 3만4095명(협회 공식발표 기준)의 갤러리가 몰려왔다. 인기는 괜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두 번째는 문호 개방을 통해 경기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대회엔 한국여자골프의 1인자 박성현이 출전했다. 박성현은 세계랭킹 상위(전년도 연말 기준 30위 이내) 자격으로 출전했다. 주로 국내에서 활동해온 박성현은 JLPGA 투어에서 일본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어 했던 작은 꿈을 이룰 수 있었고, 일본 팬들에겐 박성현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스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전인지, 그 전에는 김하늘, 백규정 등이 이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세 번째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다. 이바라키 골프장은 36홀로 운영된다. 그러나 대회 기간 중에는 18홀을 코스로 사용하고, 나머지 18홀은 비워둔다. 대신 1개 홀을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체하고, 또 다른 1개 홀에는 갤러리 휴게공간을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코스 곳곳에도 크고 작은 쉴 공간을 마련해 팬들이 틈틈이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어떨까.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장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내셔널 타이틀 겸 국내 여자골프 최고의 메이저대회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게만 보인다.
먼저 큰 볼거리가 없다. 박성현이라는 확실한 흥행카드가 있지만, 일본처럼 색다름은 부족했다. 외국선수를 초청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외파 한명 보이지 않아 메이저대회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문도 꼭꼭 닫혀있다. 대회요강의 참가자격을 보면 외국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위한 출전 규정이 없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하고 싶다고 해도 나올 수 있는 길은 대회조직위원회의 추천뿐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많은데 정작 밖에서 들어오는 문은 열어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여자오픈은 올해 30주년을 맞았고 총상금도 10억원으로 늘렸다. 43년의 역사와 총상금 1억2000만엔(약 13억원)으로 진행된 살롱파스 월드레이디스컵과 비교하면 크게 뒤질 것도 없다. 그러나 두 대회가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내년에는 역사와 전통, 후원사의 노력이 헛되게 흘러가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인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