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복당 갈등’ 봉합국면]김희옥 비대위장, 20일 당무 복귀 친박 뜻대로 “권성동 사무총장 교체” 권성동 “비대위 의결 거쳐라” 사퇴 거부 친박 ‘최경환 당권’ 감안 확전자제 20일 모임도 보류… 靑 “맞는 방향” 유승민 출마땐 계파 일전 불가피
정진석 사과 수용한 김희옥… 與 복당 갈등 수습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논란과 관련해 칩거 중인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은 채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여 20일 혁신비대위 회의에 복귀하되 사무총장을 새로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도부 붕괴’ 최악은 피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 위원장 자택 부근의 한 카페를 찾았다. 김 위원장이 들어오자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복당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 거칠고 불필요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일괄 복당 결정 당시 표결을 미루자는 김 위원장에게 “중대 범죄행위”라고 압박해 김 위원장이 거취를 고민하는 상황을 초래했었다. 김 위원장은 적어온 메모를 보며 “이번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손에는 헌법재판소가 제작한 헌법 책자가 들려 있었다. 복당 결정이 “표결이라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과”라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계가 복당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을 요구한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사퇴를 권고했다. 하지만 비박계인 권 총장은 “사퇴할 이유가 없다. 경질하려면 비대위의 의결을 거치라”며 거부했다. 권 총장이 끝까지 반발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권 총장을 경질하겠다는 것은 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것이고 계파 패권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 靑, 당 장악력 약화
헌법책자 들고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 왼쪽)이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 책자(왼쪽 사진)를 살펴보는 가운데 맞은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이번 (탈당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 관계자도 “다들 빨리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언급을 할지가 변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발언을 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당청관계 힘의 균형이 당 쪽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유 의원 등의 복당 결정을 청와대에 ‘사후 통보’한 것부터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서 판가름
유 의원의 복당으로 ‘최경환 대세론’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전당대회에도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 후 자숙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유 의원 복당 국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재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비박 진영이 전열을 가다듬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친박-비박계의 진짜 승부는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