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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롯데 해외투자 손실 ‘계열사 돌려막기’로 감춘 의혹”

입력 | 2016-06-20 03:00:00

롯데, 檢간부 출신 변호인단 꾸려




롯데그룹이 해외투자 손실을 그룹의 전(全) 계열사들에 분산하기 위해 해당 업종과 관련이 없는 국내의 다른 계열사들을 ‘돌려막기’ 식으로 해외 계열사에 투자하도록 하거나 지급보증을 서게 해 손실을 입힌 혐의를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은 국내 롯데 계열사들이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난 해외 계열사에 투자와 지급보증을 돌려막기 식으로 반복한 것은 그룹 정책본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이 사업을 해외로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생기자 그룹 정책본부의 주도 아래 계열사들을 지급보증에 동원한 정황을 잡았다. 지급보증이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회사의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할 때 재무구조가 좋은 다른 기업이 이 회사 빚에 대한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신 회장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인수합병(M&A) 자금으로 12조 원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롯데 계열사들은 서지 않아도 될 지급보증을 서 가며 은행에서 빌린 해외 롯데 계열사 돈을 대신 갚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로 다른 주주와 경영진이 있는 회사들이 돌려막기 식으로 지급보증을 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경영 상식에 비춰 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2조7750억 원이던 롯데그룹의 지급보증액은 지난해 5조607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지급보증에 나선 롯데 계열사는 2010년 12곳이었으며 롯데 계열사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은 채권은 40개였다. 하지만 5년 만인 지난해에는 16개 롯데 계열사가 159개 채권에 지급보증을 설 정도로 양적으로도 크게 늘었다. 지급보증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몇몇 회사의 지급보증만으로는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그룹 정책본부가 조직적으로 계열사들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정책본부 실무자 소환조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편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59·사법연수원 12기)와 차동민 전 대검찰청 차장(57·연수원 13기) 등을 주축으로 하는 변호인단을 꾸렸다. 롯데 측은 현직 시절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전관을 변호인단으로 꾸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맞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