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 속 ‘남중국해 분쟁’ 우군 확보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32년 만에 세르비아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7일 도착 직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옛 중국대사관 터를 제일 먼저 찾았다. 1999년 5월 ‘코소보 전쟁’ 때 미군이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중국대사관을 오폭해 중국인 3명이 사망했다. 시 주석이 희생자 추모와 기념비 헌화로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시 주석의 추모 행사에는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세르비아 장관들이 참석했다. 이를 놓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원폭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강화한 것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오그라드 시는 미군에 오폭 당한 옛 중국대사관 자리에 중국문화센터를 짓고 이곳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공자거리’로 이름 지었다.
시 주석은 방문 이틀째인 18일 니콜리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당사국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남중국해 분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세르비아를 남중국해 분쟁의 우군으로 확보한 것이다. 200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탈퇴한 세르비아는 경제침체의 돌파구를 중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찾고 있다.
중국은 베오그라드 하수처리 시설에 5억6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시 주석 방문 기간 중 철도 도로 건설 등 22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세르비아에 이어 폴란드와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방문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