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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걱정하는 90세에… 日 부총리 아소 “언제까지 살려고”

입력 | 2016-06-20 03:00:00

‘실언 제조기’ 노인모욕 발언 파문
아베, 작년 재정적자 만회 위해 의료-간병비 본인부담 倍로 늘려
日 노인들 “고통분담 정책” 비명




“90세인데도 노후가 걱정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TV에 나오더라. ‘언제까지 살아 있으려고 저러나’ 생각하면서 봤다.”

아소 다로(麻生太郞·75·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장수(長壽) 노인 모욕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17일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린 자민당 집회에서 노인들의 소극적인 소비 성향을 거론하며 이렇게 실언(失言)했다. 그는 일본에 1700조 엔(약 1경9000조 원)이 넘는 개인 금융자산이 있다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막말을 했다.

아소 부총리는 “내 할머니는 91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저축은 전혀 하지 않고 돈을 마음껏 쓰셨다”며 “할머니가 되면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소 집안은 아소시멘트로 유명한 재력가 가문이다.

제1야당인 민진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매우 분노한다”며 “국가는 연금과 의료, 간병 제도로 고령자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소 부총리는 예전에도 망언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2013년 한 강연에서는 ‘조용히 개헌을 이뤄낸 나치의 수법을 배우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2014년에는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공부 못하고 싸움에도 약한 부잣집 아들이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가장 많이 당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이날 발언에서는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니게 된 ‘초장수 사회’ 일본의 고민이 엿보인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8월 개정된 간병보험 정책으로 ‘노후 파탄’의 불안에 떠는 노인들 이야기를 다뤘다. 연금 같은 일정 소득이 있는 경우엔 본인 부담이 과거보다 배로 늘게 돼 허덕대는 간병 가족들의 사연이다.

부부 연금 합쳐서 월 28만 엔(약 315만 원)을 받는 중산층 노인 A 씨(75). 그는 뇌출혈로 반신마비가 된 부인(80)을 2년 전 전문 요양시설에 보냈는데 월 8만 엔이던 자기 부담금이 지난해 8월부터 17만 엔으로 뛰어올랐다. 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각종 보조금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부족한 생활비는 회사원인 아들(44)이 대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에선 “국가에 더 이상 재원이 없다”며 재택 간병을 권한다. 아들은 어머니가 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를 이혼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B 씨(80)는 연금 수입이 월 23만 엔인데 치매 환자인 부인(88)의 입원비가 월 7만 엔에서 14만 엔으로 뛰었다. B 씨는 저금을 깨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아베노믹스는 과실 분배를 약속하지만 당장 코앞에 파탄을 마주한 상황”이라며 “실제로는 고통만 분담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간병이나 의료비에서 본인 부담을 늘리는 한편 입원 시 식대와 주거비 보조 혜택도 줄였다. 지속가능한 보장을 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더 내자”는 취지였으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당사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