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무원 日여성 살해 항의… 도쿄 국회 앞서도 1만명 시위
“피해자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정치가로서, 지사로서 통한의 극치다.”
19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나하(那覇) 시의 오노야마 육상경기장. 야외무대에 오른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 현 지사가 이같이 말하자 주민들은 분노의 함성으로 호응했다. 이들 손엔 ‘미 해병대 철수를’ ‘분노가 한계를 넘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이날 현민대회에 참석한 6만5000명 중 상당수는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도 검은 옷을 입었다. 4월 ‘산책을 간다’며 나간 뒤 살해당한 20세 여성 시마부쿠로 리나(島袋里奈) 씨를 추모하는 뜻에서였다. 그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범인은 미 해병대 출신으로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기지에 소속된 군무원(32)이었다.
주민들은 묵념과 오키나와 전통음악 연주로 피해자를 추모한 뒤 미일 정부에 △유족과 현민에 대한 사죄와 완전한 보상 △후텐마(普天間) 기지의 폐쇄 및 철거 △미일 주둔군지위협정의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날 도쿄(東京) 국회 앞에서도 약 1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키나와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의 75%가량이 몰려 있어 미군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995년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이후 미일 양국은 후텐마 기지 반환을 약속했지만 이전 대상지가 다시 오키나와의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정해져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나가 지사와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날 현민대회의 여세를 몰아 헤노코 이전을 백지화시킨다는 각오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몇 차례나 약속한 사안이어서 뜻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내각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7일 “이 같은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속도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