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이던 올 3월, 대구 친구가 맛집이라며 소개한 음식점에서 뜻밖의 선수들과 마주쳤다. LG의 히메네스와 소사였다. 둘은 태연하게 인사하더니 음식이 잘못 나왔다며 대뜸 파스타 한 접시를 내밀었다. “손도 안 댄 거예요.”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려는데 점원이 말했다. “외국인 손님이 다 하고 가셨어요.” 히메네스였다.
히메네스의 친화력은 국내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 중 최고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팀원들의 응원가를 부르고, 실수한 동료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어깨를 두드려 준다. 안타를 치고 나가면 상대 팀 수비수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심판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LG 더그아웃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히메네스다. 그는 17일 박재욱의 프로데뷔 첫 안타 공을 줍더니 관중석으로 던져버려 신인 박재욱을 ‘멘붕’에 빠뜨렸다. 물론 그가 관중석에 던진 공은 다른 공이었다. 첫 안타 공은 코치에게 이미 맡긴 뒤였다. 히메네스는 “(박재욱이) 속으로 저 미친 자식이 내 소중한 공을 던졌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치고 베이스에 서있는데 에릭 하이버, 앨버트 푸홀스가 더그아웃에서 방방 뛰면서 제 시선을 끌더니 (첫 안타)공을 팬한테 던져버렸어요. 물론 속임수였죠”라며 웃었다.
히메네스는 19일 발표된 나눔 올스타 3루수 팬투표 중간 집계에서 NC 박석민을 9만여 표 차로 추격중이다. 한때 2군에 내려갔었던 지난해 7월의 모습과 비교하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자신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다. “왜 모두들 지난 시즌과 차이를 묻는지 모르겠어요. 작년에 저는 미국에서 두 달 넘게 벤치에만 있다가 딱 이맘 때 팀에 합류했잖아요. 팀도, 저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처음부터 함께해 더 편할 뿐이고요.”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히메네스도 우울할 때가 있다. 팀이 질 때다. 그의 목표는 매번 같다. 팀 승리다.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우리(선수들)가 야구장에 있는 이유잖아요.” 그는 특히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코프랜드의 등판 때마다 실수를 많이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벌써 (실책) 다섯 개했어요. 너무 미안하다고 했죠.”
얼마 전 그를 응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의 부인과 아들은 다음주 고국으로 돌아간다. 둘째 딸 출산을 위해서다. 가족을 더 이상 못 봐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히메네스는 그답게 받아쳤다. “전혀요. 야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도 다 내 가족이잖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