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던 주요 도시 팔루자 탈환을 17일 선포하면서 이라크 내 IS의 기세는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IS가 촉발한 수니파 내 골육상쟁(骨肉相爭)은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솥밥을 먹고 자란 형제끼리 IS와 정부군으로 갈라져 서로 죽이며 싸웠던 상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팔루자 탈환작전을 지휘했던 안바르 주 경찰서장이자 경찰여단 총지휘관이었던 하디 라자이지 장군은 남자 형제가 IS 대원으로 자살폭탄 트럭을 몰고 나왔다가 포로가 돼 현재 감옥에 갇혀 있다. 라자이지 장군은 그를 도와주고 싶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자신 뿐 아니라 자기 휘하에 수많은 대원들이 형제를 적으로 만나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팔루자 이후 정부군이 탈환해야 할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시장 하팔 하마디 역시 형제 가운데 한 명이 IS 간부다. 하마디 시장은 얼마 전 그가 IS에 충성을 맹세하며 자신과의 혈연을 부인하는 장면을 비디오를 통해 봐야 했다.
얼마 전 IS는 모술의 한 조직원이 자신을 형을 정부군 스파이라고 단죄한 뒤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총을 쏴 죽이는 비디오를 공개했다. 섬뜩한 광기는 일반 수니파들을 각성시켰다. IS가 종파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란 생각에 수많은 수니파가 정부군에 합세해 IS를 몰아내는 싸움에 나섰다.
경찰여단 소속으로 팔루자 탈환전에 나선 샬리흐 사모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내 손에 잡힌다면 직접 동생을 처단하겠다. 그는 더 이상 형제가 아니라 범죄자”라고 말했다. 농부로 살다가 수십 년 동안 집안에 보관했던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메고 정부군에 합세한 아부 아나스는 입대 직후 IS 조직원인 동생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형은 지옥길을, 나는 천국길을 택했다”는 내용이었다.
라지이지 장군은 “이라크 내 수니와 시아 파 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이젠 수니파 내부의 화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도 IS가 장악했던 지역을 해방하면 누굴 체포하고 누굴 재판할지를 해당 지역 수니파 원로들이 결정하게 하고 있다. IS는 몰아내면 되지만 수니파 사이의 깊은 갈등은 결국 그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IS가 장악한 지역이 점점 탈환되며 희생자가 늘수록 수니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팔루자 탈환을 선포하기 직전 이틀 동안의 전투에서만 IS 대원 500여명과 정부군 300여명이 전사했다. 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들은 누군가의 혈육이자 형제였고 어제까지 한 가족처럼 살았던 같은 수니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