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인천공항에 이어 세계적 국제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시도지사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표가 임박한 신공항 입지평가 용역이 특정 지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도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서 시장은 “이변이 일어나면 승복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시민 불복종 운동까지 지휘할 태세다.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 유치를 촉구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의 5개 시도 광역단체장은 지난해 이미 입지평가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 시장의 사퇴 운운은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이에 질세라 대구·경북·울산·경남 4개 단체장도 지난달 부산의 ‘합의 파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개 지역은 과거부터 새누리당 ‘텃밭’ 지역이고 단체장 모두 여당 소속이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지긋지긋한 계파 투쟁을 벌이는 새누리당이 소속 대통령이 내걸었던 대선 공약 정책을 두고도 둘로 쪼개질 듯 막장드라마를 연출한다.
신공항 문제가 이토록 국가 갈등의 주요 현안으로 커진 것은 박 대통령 책임이 작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지역 갈등이 불거지자 2011년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백지화했다. 그러나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표심 잡기에 급급해 건설을 약속하면서 신공항 건설 문제가 되살아났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국제 기준에 맞춰 누구나 수긍할 수 있게 정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당장 친박인 서 시장부터 불복 운운하고 있다. 대선 때 철석같이 약속했다가 문제가 곪아 터지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총선 직전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대통령 선물” 운운해도 방조했다. 박 대통령은 신공항 입지 발표가 나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당내 분란부터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