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서 또 ‘선상살인’
○ 양주 2병 나눠 마신 뒤 범행 추정
부산 광동해운 소속 광현803호(138t급)에 타고 있던 베트남인 선원 A 씨(32)와 B 씨(32)는 이날 오전 2시경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인 선장 양모 씨(43)와 기관장 강모 씨(42)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인도네시아인 항해사가 양 씨와 강 씨가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것을 보고 한국인 항해사 이모 씨(50)에게 알리면서 사건이 외부로 전해졌다. 용의자들은 현재 선실에 감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1명은 손에 고기를 잡을 때 쓰는 길이 약 30cm의 칼을 들고 있었고 이 씨가 칼을 뺏었다고 한다.
해경 당국은 일단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보고 있다. 부산 해양경비안전서 이광진 해양수사정보과장은 이날 사건 브리핑에서 “다른 선원들의 동참이 없었고 선박이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 항구로 문제없이 가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배에서 반란이 일어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해경은 전담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21일 현지에 수사팀 7명을 보낼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현지에서 정확한 범행동기와 다른 선원들의 공모 여부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현803호는 지난해 2월 11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 광현801호, 광현802호와 함께 출항했다. 이 배는 올 8월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나머지 두 척의 선박은 광현803호와 550k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정상 조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선장 된 뒤 첫 항해였는데 마지막이 될 줄이야”
살해당한 선장의 형 양모 씨(45)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충격을 받고 쓰러지실 것 같아 치매와 고혈압을 앓고 계신 어머니께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 씨는 “동생의 이번 출항은 선장이 되고 난 뒤 첫 항해였다. 8월에 선박 수리 차 들른다고 해서 아버지 제삿날에 맞춰 오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울먹였다.
김영도 광동해운 대표이사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사고 전에 선내 동요나 선원과의 마찰 등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평소 외국인 선원들이 대체적으로 순하고 협조적인 것으로 들었다”며 “사고 이후 선원들의 추가 동요 없이 원만하게 이동 중이며 인근 두 척의 선박에도 광현803호와 수시로 교신하면서 안전에 만전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광현803호는 약 4일 뒤 빅토리아 항구에 입항할 예정이다. 해경 당국은 위성전화를 통해 이 씨에게서 배 상황을 전해 듣고 있다.
○ ‘고립 위험’ 범죄 불안 상존하는 선상
바다 위 선박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고립된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외부에서 바로 알 수 없다.
정성택 neone@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