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10년 동안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혼이민여성 위주의 예산 투입’이었다. “다문화가정 배척하지 말라”는 홍보물을 계속 만들고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을 도와야 선진 시민이 될 수 있다고 교육했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다문화 계몽주의’라고 말한다.
물론 이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세계 곳곳에 나간 한국인들이 그들 사회에서 인도적 도움을 받기는 바라면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을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상호주의에도 맞지 않다. 다만 미국 대만과 같은 이민 선진국들이 자국에 입국하는 결혼이민자도 이민 정책이란 큰 틀로 접근한 반면, 우리는 가족 정책으로 접근했다는 차이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국제결혼은 연간 2만4387건, 그리고 같은 해 다문화 부부 이혼 건수는 1만2902건이었다. 이혼 또는 별거한 결혼이민자 중 5년 이내 이혼한 비율은 29.6%. 2012년(35.2%)보다는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인끼리 혼인한 경우에 비해선 아주 높은 수치다.
다문화 옹호정책 이후 무분별한 위장 결혼이 늘어나자 법무부는 2014년 4월 결혼이민비자 심사 요건을 강화했다. 이후에 혼인 건수가 계속 감소했다는 점은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과거에는 범죄 경력이 있거나 소득이 없는데 속이고 여성을 데려오려는 남성도 있었다. 동남아시아 여성 중에도 혼인의 경우 손쉽게 한국행 비자가 나오는 점을 악용해 입국한 뒤 돈만 갖고 사라지는 사례도 많았다.
이민은 정책을 통해 결과가 만들어진다. 지금처럼 ‘어느 부서가 다문화 예산 더 끌어가나’ 식으로 부처들이 이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나라 간 인간의 이동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됐지만 한국인들의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어야 진정한 다문화 통합이 이뤄진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혼란과 미국의 반(反)이민 정서인 ‘트럼프 현상’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