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임기 후반기 정치적 부담 줄어들어 “결정과정 관여 안했다” 논란 일축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오후 늦게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나마 최적의 결론이 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내에서는 그동안 신공항 입지가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면 여권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 민심이 둘로 갈라지면서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신공항이 밀양으로 결정된다면 부산이 크게 반발하면서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대로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된다면 TK(대구경북)와 울산, 경남 민심이 술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정치권이 갈등을 너무 키웠다”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한쪽은 상처가 클 텐데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이렇게 예민하고 중대한 국가적 사업을 그냥 두고 보기만 했겠느냐”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에 청와대가 용역 기관 등과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합의한 대로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맡겨 평가하고 발표가 이뤄진 것일 뿐 청와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령 정부가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결론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해도 국제적 명성이 있는 외국 회사가 수용하겠느냐”며 “비밀 유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청와대는 적극 반박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선 밀양과 가덕도만 놓고 검토한 것이고 현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것이어서 출발선이 다르다”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