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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법인세는 정말 부자가 내는 세금일까?

입력 | 2016-06-22 03:00:00


최근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고 법인세를 내려줬더니 투자,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국가의 세수만 줄었기 때문에 법인세를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표면적 이유는 이렇지만 법인세는 부자로부터 걷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따라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부자가 내는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기업이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해서 이익을 얻게 되면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합니다. 물론 손실을 보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소득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지요. 이런 세금을 법인세라고 합니다. 기업은 생산과 투자, 그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입니다. 따라서 기업에 매기는 세금인 법인세에 관한 제도는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쉽게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해서 수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토지나 기계를 사고 근로자를 채용하며 판매 광고를 합니다. 이런 비용이 수익보다 적으면 기업에 소득이 발생합니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더 많은 소득을 올려봐야 세금만 더 많이 내게 되니 소득을 높이려는 노력이 위축되겠지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나 새로운 인재의 채용 같은 기업의 활동은 모두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법인세 인상은 이런 투자와 채용 등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게 됩니다. 물론 경제 전망이 밝거나 원자재나 부품 가격이 낮아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 기업 환경이 아주 좋아진다면 법인세의 영향은 미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크게 없다면 법인세가 기업의 투자나 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내는 주체와 세금을 부담하는 주체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을 팔 때 내는 판매세는 판매자에게 부과되지만 세금으로 인해 오른 가격 때문에 소비자도 결과적으로 부담을 하게 됩니다. 법인세도 따지고 보면 세금 납부는 기업이 하지만 실제 부담은 개인이 하게 됩니다.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은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 배당을 줄이거나 임금 인상 폭을 줄이고 가격을 높이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 경우 법인세 인상은 결국 기업의 주주, 근로자, 그리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올린다고 해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위축, 소비자 가격 인상 등으로 그 부담은 전 국민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부자 증세가 아니라 국민 증세가 되는 것이지요.

법인세는 많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라 빈부격차를 줄이는 소득 재분배 효과도 없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은 투자 환경이 좋은 곳을 끊임없이 찾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가 기업을 유치해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