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등 23개국 한글학교 교장-교사… 50여명 모국서 박물관 견학 등 연수 정부기관 대신 오지서 자생적 운영… 교포 자녀에 한국역사-부채춤 가르쳐
김태균 탄자니아 한글학교 교장(오른쪽)과 오성제 멕시코 캄페체 한글학교 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글학교 운영 노하우와 보람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제공
김 씨는 나이지리아에서 사회적기업 ‘킬리만자로 와토토’를 설립했다. 현지 청년들에게 직업훈련을 시켜 가방과 필기구 등을 만들고, 이익금으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식량을 지원했다. 2년 전 탄자니아로 옮겨 같은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 초부터는 탄자니아 한글학교 교장이라는 중책을 추가로 맡았다. 1996년 문을 연 탄자니아 한글학교의 학생은 25명, 교사는 8명이다. 학생들은 주말마다 한글, 한자, 역사, 부채춤과 사물놀이 등을 배운다. 학생들의 부모는 대부분 선교나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위해 아프리카로 왔다.
교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부가 운영하는 재외 한국학교와 달리 한글학교는 대개 한국인이 적은 곳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된다. 교사는 대부분 김 씨처럼 평일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주말에 교포 자녀와 현지인을 가르치는 봉사자다.
멕시코에는 1905년 용설란 농장에 노예계약으로 끌려가 ‘애니깽’이라고 불리던 한인들의 후손이 5000명가량 있고, 이 중 300여 명이 캄페체에 있다. 토요일 오후마다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캄페체 한글학교에는 매 학기 40∼60명이 등록한다.
한인 후손보다 멕시코 청소년이 더 많이 찾는다. 오 교장은 “남미에서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는 현지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일 년에 한 번 전시관을 빌려 한복과 한지 등을 선보이는 한국 문화 전시회를 연다. 최근 멕시코 메리다 시는 ‘토지 1.5ha를 제공할 테니 한국교육센터를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오 교장은 “10년 사이에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하는 게 엄청나게 달라졌다. 한인 후손도 고국에 대해 엄청난 긍지를 느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제3세계의 교포 자녀들은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급성장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고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내용을 잘 몰라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자긍심을 갖게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