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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한미동맹에 울리는 ‘무임승차’ 경고음

입력 | 2016-06-22 03:00:00

한미동맹의 위기는 트럼프가 말한 ‘돈 문제’ 아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핵미사일 안보 위협에 역사문제 제쳐두고
전략적 대응 필요” 조언… 난사군도 패권주의에
핵무장 북한 감싸는 중국 견제할 나라는 미국뿐




황호택 논설주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미국 태평양사령부(PACOM)는 관할 구역이 지구 표면적의 52%에 이른다. 동서로는 할리우드에서 인도의 발리우드까지다. 남북으로는 북극곰에서 남극의 펭귄까지를 포함한다. 미국의 동맹국 7개 중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 5개, 전 세계 핵보유국 9개 가운데 5개가 작전구역 안에 들어 있다. 직제상으로 보면 주한미군도 태평양사령부의 예하 부대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직전에 태평양사령부의 육군사령관을 지냈다.

마크 몽고메리 소장(작전참모부장)은 “태평양사령부의 중요한 도전 과제는 북한의 김정은과 난사 군도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라고 지적했다. 태평양사령부의 고위 장성들이나 하와이의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하와이를 찾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 회장단에 두 가지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했다. 첫째는 난사 군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역할을 한국이 방관해서는 안 되며, 두 번째는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군과 일본의 자위대가 군사적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몽고메리 소장은 초급 장교였을 때 난사 군도의 파이어리크로스 리프에는 테이블만 한 바위가 물 위로 올라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은 3000m 길이의 활주로와 항구를 조성하고 레이더, 급유시설,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주변국의 동의 없이 이런 인공섬을 7개나 만들었고 이 중 3개에 활주로가 있다. 미국은 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몽고메리 소장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거론하며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동서문화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은 “아베 신조를 비롯한 보수 정치인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행위를 좋게 생각하지 않지만 미국인들은 한일 간 적대감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안보위기 상황에서 역사 문제를 제쳐두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8년여 동안 막대한 사상자를 내며 전쟁을 벌였으나 올해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한 데서 보듯 두 나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외교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역사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미국식 사고로는 한일관계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미국은 난사 군도 문제를 항행의 자유를 지키려는 시스템과 규칙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보고 있다. 세계인들은 과연 미국과 중국이 바윗덩어리와 산호초로 이뤄진 난사 군도를 놓고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느냐에 쏠려 있다.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의 칼 베이커 프로그램국장은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중국도 이를 알기 때문에 군사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난사 군도 분쟁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면 한국이 무임승차국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 중 한 명(도널드 트럼프)으로부터 이미 그런 비난을 듣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방장관의 안보자문역을 지낸 아시아퍼시픽센터 밴 잭슨 교수는 “미국 정치인들이 무임승차국 논란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한미동맹의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비난했지만 미국에서 나오는 ‘한국 무임승차론’의 핵심은 돈이 아니다.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평택기지 건설 비용을 비롯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고 있는 무임승차론의 핵심은 미국의 세계 안보전략에서 동맹으로서 한국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달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오늘날 미국이 사실상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전략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사 군도에서 패권주의로 나가면서 북한을 끼고도는 중국을 견제할 힘을 가진 나라도 미국뿐이다. 과거사에 집착해 전략적 집단안보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미국의 조언을 여러 방면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호놀룰루에서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