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실질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다. 가령 원화의 액면단위를 1000분의 1로 낮추면 현재 1000원은 1원이 된다. 거래 편의성과 통화의 대외적 위상 제고, 회계장부 처리 간편 같은 장점과 함께 새 화폐 제조 및 컴퓨터 시스템 교환 비용이나 불안심리 같은 단점도 따른다. 2005년 액면 가치를 100만 대 1로 낮춘 터키는 성공했지만 2006년 모잠비크와 2009년 북한의 시도는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은 10환을 1원으로 변경한 1962년의 화폐개혁 이후 54년간 국민총소득(GNI)이 4045배, 1인당 국민소득이 2120배로 급증했지만 화폐의 액면단위는 그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달러당 환율이 네 자릿수인 유일한 나라다. 한국의 국민순자산은 1경2359조 원(1경은 1조의 1만 배)으로 ‘경’이란 생소한 단위도 등장했다. 커피점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4.5로 표기해 0을 줄이는 모습도 눈에 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