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우연찮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 나는 즉시 답을 보냈다. ‘○○ 선생님 알지요? 어제 그분 만났는데 중학생 손자가 이번에 꼴찌를 했대요. 그분이 어렸을 때는 꼴찌 하는 친구들의 엄마 아버지는 무슨 낙으로 살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데 막상 손자가 꼴찌를 하니 어라, 그냥 귀엽기만 하더라는 거예요.’ 그러자 금세 답이 왔다. ‘맞아요, 귀엽긴 해요. 그런데 제가 공부 못하는 자녀를 둔 죄인 같아요. 그렇지만 선생님 손자도 꼴찌라니 완전 반전이에요. 크하하하.’
이렇게 해서 우리의 대화는 유쾌하게 끝을 맺었다. 공부는 못해도 꿈은 야무져서 쌍둥이 중 큰애는 프로게이머, 작은애는 KTX 기관사라고 한다기에 “공부 못해도 인성은 좋으니 기다려 봐요”라고 말했다. ○○ 선생도 손자에게 “야 인마, 너 공부는 꼴찌여도 친구들보다 잘하는 거 하나는 있어야지. 운동을 잘하든 악기를 잘하든 노래를 잘하든, 알았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더욱 다양해진 직업군 중에서 성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직업은 매우 한정적이다. 더구나 꼴찌에게는 이제 올라갈 희망만 남아 있지 않은가. 우리의 인생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몫이다. 꼴찌에게도 얼마든지 기회와 희망이 있을 테니 말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