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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김해공항 확장, 안전성 강화와 수용력 확충이 관건

입력 | 2016-06-23 03:00:00

신공항 논란, 원점에서 보면 해결 가능… 부풀려진 ‘허브공항 환상’에서 벗어나야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영남권 신공항의 희망은 이번에도 무산되었다. 지역마다 실망이 크겠지만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평가점수는 밀양과 가덕도의 후보지를 크게 앞섰다. 그동안 두 후보지가 지닌 장점들이 강조됐지만 국책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성공을 판단할 근거는 없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돈이 지역에 풀릴 경우 대규모 토목사업과 일자리 창출이 뒤따르는 뉴딜정책의 효과를 지역에서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이기주의가 충돌할 때마다 항공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게만 들렸다. 이번에도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5년 전과 똑같이 백지화 결정의 과정들이 정치 논리에 묻혀 있었다.

어렵게 결론이 난 김해공항의 확충. 5년 전으로 되돌아간 결론이다.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외국의 전문기관에 맡겨 진행된 평가라는 점에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소모적일 뿐이다. 신공항 해법은 오히려 가까운 데에 있었다. 문제의 출발점에 해답이 있었던 셈이다. 김해공항의 확충 방안은 두 후보지 경쟁의 프레임에 갇혀서 현실적인 대안인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켜 해결이 어려운 공항으로 치부해 왔다. 프랑스의 용역기관은 김해공항의 확충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제 문제의 원점으로 돌아가 보면 그동안 제기되어 온 문제의 해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것이다. 신공항 논란에서 국내 전문가 그룹이 검토해 온 김해공항의 해법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존의 활주로를 확장하고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여 수용력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섬을 일부 매립하여 활주로의 수용력을 확대한 홍콩 첵랍콕 공항의 성공 사례는 현재 김해공항이 안고 있는 문제점 해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꾸준히 제기되어 온 안전성 문제는 풍향을 고려하여 북쪽의 돗대산과 신어산을 비켜가도록 활주로의 방향을 변경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해공항이 영남지역의 거점공항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과 논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신공항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제2의 허브공항 구축이라는 공항 개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허브공항이란 글로벌 노선이 집중되어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객과 환적화물이 많아야 한다. 인천공항조차도 최근 중국의 푸둥과 일본의 하네다 공항의 환승객 유치 전략에 밀려 고전 중이다. 우리나라의 국토 여건에서 두 개의 허브공항은 오히려 환승객을 분산시키는 역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재 운영되는 김해공항의 노선 구조를 고려하여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국제선 여객은 대부분 중국과 일본, 동남아 지역의 중단거리 노선에 한정되어 있다. 유럽과 미주 등의 장거리 노선을 운영할 만한 시장 수요는 없다. 김해공항을 드나드는 여객의 대부분이 비즈니스 목적보다는 관광 목적의 여행자들이라는 점을 공항의 개발전략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김해공항의 확장은 김해시 등 인접지역에 대한 소음문제, 항공기의 동시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활주로 간격 기준 1100m 등에 대한 기술적 검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끝으로 김해공항의 확충은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 개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사와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관광업계는 공항의 성패를 결정하는 고객들이다. 이 고객그룹들은 이번 논의 과정에서 모두 배제되어 있었다. 공항 개발에 참고할 반면교사도 있다. 최근까지 건설된 신공항들은 낙관적인 수요 예측과 정치적 결정에 의해 모두 실패했다. 국제공항으로 건설된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은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울진공항은 지어놓고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개항조차 못했다. 김해공항의 확충 방안은 최선을 찾지 못한 차선의 선택일 뿐 김해공항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남권의 거점 공항사업,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