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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농구 대표팀에 ‘단비’된 김단비 “망신만 당하지 말자 했는데…”

입력 | 2016-06-23 15:36:00

사진 동아DB


“(전)주원(우리은행 코치) 언니, (정)선민(신한은행 코치)언니, (박)정은(전 삼성생명 코치) 언니가 대표팀에서 뛸 때처럼 일본이나 중국이 한국만 만나면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런 에이스가 되고 싶어요.”

최근 프랑스 낭트에서 끝난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여자 대표팀을 이끈 주포 김단비(26·신한은행)에게 프랑스는 농구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곳으로 남았다. 대회 6위에 머물며 5위까지 주어지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놓쳤지만 한국 여자 농구를 위해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시원섭섭하지만 ‘낭트 참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망신만 당하지 말자고 했던 오기가 결국 절반의 성공을 가져다 줘 기쁘다”며 “낮이 길었던 낭트를 돌아보며 이왕 인생의 반을 농구에 투자했으니 ‘단비’라는 이름을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 길게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변연하, 이미선, 신정자 등 10년 넘게 대표팀을 이끈 주축 노장들이 은퇴하고, 이경은(KDB생명) 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그는 강아정(KB스타즈), 박지수(분당 경영고)와 함께 희망을 안겨줬다. 고비 때마다 수비를 절묘하게 따돌리는 슛과 돌파로 분위기를 이끌었고, 수비와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했다. 동료들에게 슛 기회를 만들어주려고도 분주히 코트를 움직였다. 그동안 선배들 틈에서 보조 역할에 그쳤던 김단비는 확실하게 대표팀 에이스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단비는 “나는 슛, 리바운드, 도움을 모두 조금씩 하는 ‘오지랖이 넓은 농구’ 스타일이다. 그래서 만능 플레이어인 미국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탐슨을 좋아한다”며 “이번 대회에서 특히 슛을 던질 때 좋았던 상, 하체의 균형감을 시즌 때까지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 김단비는 소속팀에서 새로 부임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신기성 감독, 정선민 코치와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설렘과 기대가 크다. 지난 시즌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보여준 에이스다운 집중력과 배포를 보여줘야 한다. 김단비는 “나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농구를 하는데 이 점을 감독, 코치님이 잘 살려주실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강아정과 다음 시즌 리그에서 맞붙는 느낌을 묻자 “변연하 언니를 수비하다 은퇴를 해 한 숨 돌렸는데 아정이는 더 막기가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김단비는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뛸 수 있었던 공을 양지희(우리은행)에게 돌렸다. ‘김단비’가 이제 대표팀의 에이스라는 것을 수시로 일깨워주면서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같은 방을 썼던 지희 언니는 슛이 안 들어가도 ‘너는 김단비야. 언젠가는 들어갈 거야’라고 늘 기를 살려줬어요. 이런 언니와 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있다는 고마움을 플레이로 보답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이런 마음으로 4년 후 도쿄 올림픽에 꼭 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코트를 휘젓고 다닐 게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