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청장, 100점 만점에 77점 “무색무취” “잡음 없이 임기 마쳐” 사기 진작 방안 미흡에 아쉬움도 “차기 청장, 이것만은…” 월급-수당 현실화, 수사권 독립 앞서 “정권 예스맨보다 내부 신임 얻어야”
강신명 경찰청장
▼ 현장 경찰이 말하는 ‘차기 청장의 자격’ ▼
○ “우린 돈도 체면도 없어… 처우개선-정치중립을”
우선 강신명 현 청장의 업무 수행능력을 물었는데 평균 76.7점으로 평가했다. ‘정말 잘했다’(90∼100점), ‘잘했다’(80∼89점), ‘보통이다’(70∼79점), ‘못했다’(60∼69점), ‘너무 못했다’(50∼59점)로 점수를 매긴 결과다. 이에 비춰보면 ‘보통 수준’에 그친 셈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경찰은 큰 잡음 없이 2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 것을 이유로 꼽았다. 8월 말로 2년 임기를 채우면 2003년 12월 청장 임기제 시행 이후 이택순 전 청장(2006년 2월∼2008년 2월) 이후 두 번째가 된다. ‘정말 잘했다’고 평가한 B 경위는 “대다수 청장이 중도하차하는 현실에서 임기 완료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청장 임기 보장이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임기를 채운 것만으로 긍정적인 점수를 준 데에는 경찰청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낮고, 강 청장이 당초 약속과 달리 경찰 수사권 독립 주장 등 이른바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부정적인 평가에선 ‘사기 진작 노력이 없었다’(12명),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봤다’(8명)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일선 경찰들이 복수응답으로 꼽은 차기 경찰청장의 재임 중 우선 추진 과제로는 ‘월급·수당 현실화’(54명), ‘근무여건 개선’(39명)이 가장 많았다. 경찰의 숙원사업인 ‘수사권 독립’은 24명에 그쳐 현장 경찰은 팍팍한 생활 속에서 이상보다 현실이 먼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란 대사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란 답도 있었다. C 경사는 “막내들은 밤새워 일해서 받는 수당이 최저시급보다 적다. 그러다 보니 휴일에 근무를 자원하거나 일거리를 만든다”고 했다.
‘경찰 조직의 위상 제고’(34명)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수사의 공정성’(23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D 경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수사하면 국민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조직의 위상과 수사권 독립은 따라온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의 E 경위는 “실제 수사를 하면 경찰 간부보다 검사가 훨씬 선명하게 수사를 이끌어주는 일이 적지 않다”며 “수사권 문제에서도 경찰 스스로 실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현장 경찰이 바라는 청장의 자격과 실제 인선 기준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랐다. 역대 경찰청장의 선임 기준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복수응답)에 70명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답했고, ‘지역 안배’(51명)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장 경찰관이 원하는 기준은 ‘경찰조직 내부의 신임’(82명), ‘업무 수행능력’(54명)으로 나타났다. F 경위는 “‘예스맨’ ‘손금 없는 남자’보다 내부의 신임을 얻는 청장이 필요하다. 청장이 존경받아야 조직의 추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찰청장을 투표로 뽑거나, 외부 인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 현장근무 형사-교통조사관 등 100명 심층 인터뷰… 어떻게 조사했나
현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순경 공채 비율이 압도적인 경찰의 입직 경로를 고려해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등을 제외하고 순경 출신 5년 이상 경력 경찰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했다. 계급은 경사 30명, 경위 60명, 경감 10명으로 구성했다. 경사와 경위는 일선 경찰서에서 현장 인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감은 일선 경찰서 팀장급 인력이다. 취재진이 실제로 만난 경찰에는 강력계 형사와 지구대 경찰, 지능·경제·여성청소년 수사관, 교통 조사관, 정보관 등 다양한 인력군이 포함됐다. 이들은 객관식으로 만들어진 4개의 설문 문항에 응답한 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자유롭게 설명하거나 기술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