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의 책을 점점 멀리한 이유는 1943년생 작가의 말이 꼰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의 인생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닌가, 충고를 가장한 자기위안 아닌가, 산 속에서 글 하나만 보면서 편협해진 것은 당신 아닌가. 머리가 굵어지면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는 능력도 발달한다. 그러다 신작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출판사)를 보았다. 여전히 그는 서슬 퍼렜고 이번에는 명예퇴직한 일본의 60대 남성들을 사정없이 혼내고 있었다.
서문에서부터 그는 시골의 삶을 꿈꾸는 마음의 안일함을 까발린다. 그러다 무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진정 홀로서기를 한 사람입니까.” 작가는 오해 말라며 이렇게 이어간다. “부모에게 의존하고, 학력에 의존하고, 직장에 의존하고, 사회에 의존하고, 국가에 의존하고, 가정에 의존하고, 술에 의존하고, 경제적 번영의 시대에 의존하면서 이럭저럭 수십 년을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시골 생활에 대한 조금 까칠한 수필인 줄 알았는데 인생에 대한 몹시 까칠한 책이었다. 시골 생활에 대한 얘기도 없지는 않은데 이런 식이다. 시골에서 경찰은 당신이 죽은 후에야 도착할 가능성이 크니 무기용 창을 만들라든가, 침실에 쇠창살을 설치하라든가….
오지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