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4집]
노래, 외침, 읊조림, 흥과 한이 혼재된 4집을 낸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두루두루amc 제공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장얼)이 2년 만에 낸 정규 앨범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16일 발매)는 서걱대는 음반이다. 3집이 ‘장얼식’ 맥시멀리즘(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과장된 형태의 문화예술적 경향)의 정점이었다면, 신작은 쌀밥 한 톨의 식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클래식을 노린 대담한 작품이다. 한겨울 침엽수처럼 악기들이 성긴 편곡으로 늘어선 사이를 장기하의 랩 같은 말맛이 휘젓고 다닌다.
‘쿨쿨’ ‘쿵쿵’ ‘컴컴’ ‘콕콕’ ‘쿵쿵’ ‘콸콸’ ‘쾡’ ‘쾅’…. 자음 ‘ㅋ’을 활용한 단어들이 신파조의 레게 리듬 사이로 살포되는 타이틀 곡 ‘ㅋ’은 하이라이트다. 중반부, 장조로 훅 조바꿈했다 빠지는 ‘나는 마치 콩을… 쾅 닫힌 대화창뿐이네’ 부분을 보라.
산울림, 비틀스를 닮은 순정한 악곡, 흑백 영화 같은 구식 공간감으로 승부하는 발라드들, ‘그러게 왜 그랬어’ ‘가장 아름다운 노래’ ‘살결’ ‘오늘 같은 날’이 앨범을 더 빛낸다.
넘쳐나는 시대에 미니멀리즘이 거둔 1승. ♥♥♥♥♡(♥ 두근지수 9.4/1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