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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내 주장만 하는 트위터 공간, 떠난다

입력 | 2016-06-24 03:00:00


김수연 국제부 기자

팔로어가 5만 명이나 되는 파워 트위터리안이 돌연 ‘휴면’을 선언했습니다. 팔로어 수가 능력으로 간주되는 시대에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요.

주인공은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일하고 있는 앤드루 매클라우드 방문교수입니다. 그는 21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나는 왜 5만 팔로어를 버리고 소셜미디어를 떠났나’라는 글을 기고해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사회 현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써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팔로어들 역시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남기며 생산적인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옛말이 됐습니다. 큰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사건의 본질’을 향해 토론하지 않고, 각자 소리를 지르고 싸우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는 ‘듣기’가 실종되고, ‘소리치기’만 남은 공간이 돼 버렸습니다.

매클라우드 교수는 최근 미국 올랜도 게이 클럽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지켜보며 이런 실망감을 크게 느꼈다고 합니다. 사건의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었고, 동성애자였으며, 평소 다른 동성애자들에 대한 증오를 표현한 적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이슬람국가(IS) 테러다’, ‘게이의 복수극이다’라는 등 설전을 벌였습니다.

매클라우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묻혀버렸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49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희생자에 대한 애도가 사라진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논쟁의 과정에서 사망자 49명은 테러의 제물(祭物)로, 호모포비아의 피해자로, 또 미국 총기 정책의 희생양으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매클라우드 교수의 말처럼 비극이 벌어졌을 때 소셜미디어는 ‘소리 지르기 대회장’으로 돌아갑니다. 사건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대신, 증오감을 배설해 버리는 것이죠.

그는 이런 싸움의 원인이 ‘듣기의 실종’에 있다고 말합니다. 말하는 자유를 누리려는 사람만 있을 뿐, 들으려는 사람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종종 나와 생각이 다른 의견은 무시하거나, 비난하며 싸우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한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용의자가 속한 집단을 문제 삼으며 남성을, 여성을, 특정 지역을 갈라 혐오를 쏟아내죠. 이럴수록 피해자에 대한 애도 등 더 중요한 가치는 점점 더 멀어져 갑니다.

매클라우드 교수는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관용론’ 구절을 언급하며 ‘SNS 퇴장 선언’을 완성했습니다. 한국의 소셜미디어 유저들도 깊이 새겨둘 만한 문구가 아닐까요.
 
김수연 국제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