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움머어!” 늙은 소가 말을 알아듣는 걸까요?

◇그 여름의 덤더디/이향안 지음·김동성 그림/124쪽·1만 원·시공주니어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탁이가 배꼽을 잡는 순간, 히죽! 외양간의 덤더디가 입을 헤벌리며 웃지 뭔가. 한낮이면 어김없이 꾸벅꾸벅 졸아 대는 녀석이 게슴츠레 감기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서 말이다.’(15쪽)

주인공 탁이의 책 읽는 소리를, 키우던 소가 알아들었습니다. 녀석 뒤치다꺼리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해 심통이 났었는데 갑자기 대견합니다. 탁이에게 덤더디가 가족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났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전쟁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 소보다도 더 이상한 일이지만 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입니다. 피란을 가고 굶주림을 경험하고, 죽음을 목격하고, 다시 치유받는 시간들을 가족과 함께했습니다. 그 안에 당연히 덤더디도 있었지요. 사람 말을 알아듣는 신기한 경험도 많았습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어른들이 이상한 결정을 내립니다. 덤더디를 잡겠답니다. 밤에 몰래 밧줄을 풀어주었지만 덤더디는 꿈쩍도 않습니다.

“내 말 몰라? 너 사람 말 알아듣잖아. 도망가야 살 수 있다고!”

탁이의 목소리에 덤더디는 “움머어!” 반가운 울음뿐입니다.

덤더디는 죽었고 동네 사람들은 기운을 차렸고, 탁이는 사흘을 앓았습니다. 덤더디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탁이의 착각이었을까요?

책은 6·25전쟁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사람과 동물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쉽고 평이한 문장, 서두르지 않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진행, 신뢰와 성숙을 보여주는 인물들로, 전쟁이 어땠는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