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을 살다―라자 샤하다의 팔레스타인 일기/라자 샤하다 지음·이광조 옮김/264쪽·1만5000원·경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아이들. 저자는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도 점령지임을 인식하게 되는 일들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DB
이 책은 제목처럼 인권변호사인 저자가 조국 팔레스타인의 생활을 써내려간 일기다. 때문에 다소 신변잡기적인 대목이 많은데, 이게 훨씬 더 강렬하다. 그저 인상 평가에 그쳤던 팔레스타인의 속살을 날것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뭣보다 인상적인 건 여기도 사람 사는 데란 걸 느끼는 순간이다. 열정 넘치는 젊은이부터 성실한 직장인까지 여러 군상이 ‘일상’을 영위한다. 허구한 날 테러가 끊이지 않아 공포만이 가득할 거란 외부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긴 서울에서 멀지 않은 땅에 철조망이 길게 드리워진 우리네 삶을 떠올리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