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XIT/英 EU 탈퇴 글로벌 쇼크]‘브렉시트 쇼크’ 투자자 영향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모 씨(40)는 요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미국 달러화 강세 속에서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쇼크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2.58% 급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 씨는 “브렉시트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혹시 몰라 미리 환전을 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유학생 학부모나 개인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환율의 변동성과 투자 상품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달러화나 엔화, 채권형 투자상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달러·엔화의 동반 강세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유럽이나 세계 금융시장 충격에 취약한 신흥시장 관련 투자 상품의 손실 위험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일 현재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 잔액은 29조8889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지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려면 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40∼50% 하락해야 하는데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당분간 안전자산으로 ‘머니 무브’
브렉시트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인하한 영항으로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 초중반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돈을 더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채권값이 더 오를 수 있어 채권형 상품의 투자 비중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관망하며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브렉시트 이후 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나와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때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