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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체코-핀란드도 ‘EU 회의론’… 탈퇴 도미노 현실로?

입력 | 2016-06-25 03:00:00

[BREXIT/英 EU 탈퇴 글로벌 쇼크]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 27개국




1993년 11월 출범한 뒤 22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 회원국인 영국이 탈퇴하면서 유럽연합(EU) 체제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난민 수용과 분담금 지불에 불만이 많았던 다른 회원국들의 도미노식 이탈 가능성도 우려된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인터뷰에서 “만약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요구가 추가로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전문가들은 덴마크(덱시트), 체코(첵시트), 핀란드(픽시트) 등을 추가 탈퇴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공동경찰기구(유로폴)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쳐 찬성 53%로 통과시켰다. EU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영국처럼 덴마크는 유로화 대신 자체 화폐인 크로네(DKK)를 사용해 탈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경기 침체로 EU 가입에 따른 혜택이 줄어들자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2월 “브렉시트가 되면 체코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에선 이미 지난해 말 시민 5만 명이 “핀란드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국가)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낸 상태다. 핀란드는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자 유로존에선 경제를 회복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도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응답자의 58%가 EU 탈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프랑스에서도 55%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동안 EU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극우정당들도 EU 탈퇴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들은 (프랑스의 EU 탈퇴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도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다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져 실패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니컬라 스터전 수반은 ‘독립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EU 붕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많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독일경제 의존도가 높아 EU 탈퇴를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유력지 디차이트는 최근 ‘그들을 보내줘라’는 제목으로 “(브렉시트가) EU를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며 “현재의 28개국이 아니라 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심의 작지만 약하지 않은 체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다수 유럽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EU 통합의 속도와 방향 등에 대한 개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EU 통합의 이익을 독일 등 강대국들이 과점하고 있으며 통합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의 장기 불황은 금융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과 건실한 경제 성장을 유지해온 독일 및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적인 격차를 더욱 키웠다.

이유종 pen@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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