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글로벌 혼란 대응 나선 세계 금융당국
柳부총리, 긴급경제점검회의 주재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브렉시트 관련 긴급 경제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각국 중앙은행은 저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실탄’을 준비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할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한국은행도 브렉시트에 대응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겉으로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 공조에 나선 것 같지만, 그 이면을 보면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환율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세계경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각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상호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BIS 회의에서 긴급 선언문이 발표된 것은 이례적이다. 예상 밖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중앙은행 수장들이 일제히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 회의 의장인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영국은행의 비상 조치를 지지하며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중앙은행들이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4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은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500억 파운드(약 40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파운드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BC)도 브렉시트 충격에 대비해 22일 유로화 공급을 늘린 데 이어 자금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른 중앙은행들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로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커녕 금리를 다시 제로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출 둔화와 기업 이익 감소, 글로벌 자금 이탈 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본, 한국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은 이미 하반기 성장 둔화에 대비해 이달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췄다. 더 나아가 다음 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추가 하향 조정하고 금리도 더 내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반기 국내 경제는 내수와 수출 부진에 부실기업 구조조정 충격이 더해져 하방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돌발 악재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 실물경제에 타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브렉시트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 등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