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자원으로, 폐기물을 에너지로]<上> 이젠 자원순환이다
주부 정민선 씨(34·서울 송파구)는 요즘 생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가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표는 20L짜리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채우는 기간을 최대 6, 7일로 늘리는 것. 과자나 라면 봉지, 김 봉투, 지퍼백 등 비닐류가 많고 세 자녀가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도 의외로 많아서 현재는 사나흘 정도면 꽉 차 버린다.
정 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였고 종이나 플라스틱, 스티로폼 같은 쓰레기는 자잘한 것까지 모두 분리수거를 하느라 분류용 박스들을 놓아둔 베란다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생활습관이 달라진 것은 환경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언니에게서 “매립하는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부터다. 정 씨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거나 아예 싹 불태워서 없애버리는 ‘쓰레기 제로’ 사회가 올 수 있다고 들었다”며 “올봄 미세먼지처럼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점에 귀에 확 꽂히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길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민이 종이박스 등을 분리수거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분리수거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주차장 옆 분리수거장에 종이박스가 작은 성처럼 쌓여 있다. 이렇게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와 폐기물을 최대한 자원으로 사용해 자원순환 사회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정은 기자 lightlee@donga.com
그러나 재활용 쓰레기나 폐기물은 충분히 활용되지 않거나 안정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채 함부로 버려지는 실정이다. 재활용보다 매립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싸기 때문. 일본 등지에서 산업용 폐기물을 수입하는 게 훨씬 싸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폐기물을 돈 주고 사오는 웃지 못할 상황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인천, 경기의 3개 지자체가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해 한때 ‘쓰레기 대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자원순환기본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꼽힌다. 각종 쓰레기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분류하고,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및 강화한 이 법은 2018년 시행을 앞두고 준비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핵심은 폐기물 부담금을 신설해 폐기물 처리의 비용 부담을 높인 것. 환경부 김동구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재활용보다 매립 혹은 소각 비용이 싼 현재의 가격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서 매립, 소각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재활용을 늘리면 천연자원의 사용을 줄이면서 재활용 시장 활성화와 환경오염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폐기물 부담금은 주로 산업계를 겨냥한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종량제 봉투 수수료 최대 55% 인상 △2017년까지 생활폐기물의 직매립 비율 0% 추진 △생활쓰레기 감량 캠페인 등의 대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밖에 각 사업장이 ‘자원순환 성과관리’를 통해 폐기물의 감량 및 재활용 양을 늘리도록 한 것도 달라지는 부분이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들은 앞으로 업종별로 자원순환 목표 설정→모니터링→평가로 이뤄지는 관리 시스템을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을 극대화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폐기물 처분 부담금이 도입되면 친환경 에너지타운처럼 폐기물 매립을 최대한 줄이는 사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되면 재활용되는 폐기물의 양이 연간 약 1000t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연간 1조7000억 원대 규모까지 성장하고 일자리도 1만1000개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이재현 사장은 “자원순환이 활성화되면 우리 산업과 경제,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계는 물론이고 시민들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