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골프… 3타차 선두 마지막 18번홀서 OB-러프에 흔들리며 연장 허용… 결국 우승컵 오지현에 내줘
성은정이 18번홀에서 공을 러프에 빠뜨린 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연장전에서 승리한 오지현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KLPGA 제공
성은정(금호중앙여고)은 26일 경기 안산 아일랜드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4라운드에서 3타 차 선두로 18번홀(파5) 티박스에 올라갔다. 더블보기만 해도 2012년 김효주 이후 4년 만에 K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아마추어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대회 기간 내내 국내 최고 장타자 박성현을 능가하는 비거리를 앞세워 선두를 질주했던 성은정에게 드라이버가 쓰라린 독이 됐다. 드라이버 티샷을 왼쪽 OB 구역으로 보낸 성은정은 이후 크게 흔들렸다. 벌타 후 두 번째 티샷도 러프에 떨어뜨렸다. 19도 유틸리티로 무리하게 한 네 번째 샷은 오른쪽 더 깊은 러프에 빠뜨렸다. 길고 억센 풀 탓에 5번째 샷은 10m도 보내지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기회는 있었다.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5m 더블보기 퍼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홀을 살짝 빗나갔다. 트리플 보기를 한 성은정은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오지현(20·KB금융그룹) 최은우(21·볼빅)와 동타로 경기를 마쳤다.
오지현은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 어릴 때부터 잘 아는 동생인 은정이가 무너져 안타깝다. 취미인 철인 3종 경기도 멀리하시고 캐디를 맡아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초청선수였던 성은정은 농구 선수 출신 부모에게 물려받은 175cm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한국 여자골프 차세대 유망주다. 지난해 US여자 주니어대회 우승자인 성은정은 “역시 게임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18번홀에서 갤러리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많이 찍어 신경이 쓰였지만 결국은 내가 잘못 친 것이다. 침착함이 부족했고 판단 미스도 있었지만 나에 대한 가능성을 더 많이 봤다. 앞으로 선두 자리에서 자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박성현은 1타 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