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담배를 들고 만경대 소년단야영소를 시찰 중인 모습. 사진=6월 4일자 노동신문
‘골초’로 유명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흡연자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을 하달했지만, 주민들은 ‘원수님부터 금연해야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는 평양 소식통을 인용, 최근 평양 시에서 ‘환경 개선’과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명목으로 흡연 적발 시 벌금을 부과하거나 흡연 장면을 사진 촬영해 TV로 방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형태로 흡연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며칠 전부터 지하철, 버스정류소, 백화점 등 공공장소는 물론 길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대한 통제가 시작됐다”면서 “이는 평양 시민들은 문명한 생활양식에 맞게 살아야 하며 담배연기로 평양 시 환경을 오염시키는 현상을 없애라는 (김정은) 방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시대에서도 금연운동은 꾸준히 전개됐다. 북한은 관영 노동신문을 통해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4월24일자), ‘법적 통제 밑에 강화되는 금연활동’(5월 2일자), ‘국제적인 금연 움직임’(5월15일자)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또 담배 포장지에 강력한 흡연 경고 문구를 넣고, 여성들이 대거 등장하는 TV 선전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연운동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역효과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10대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흡연이 만성적으로 퍼져 있으며, 평양역전과 버스정류소에 흡연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어도 흡연자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 이유에 대해 “선전매체를 통해 원수님(김정은)부터 담배 피우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대학교 교실이나 지하철 객실에서 담배 피우거나 심지어 임신한 아내(리설주) 앞에서도 당당히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렸을 정도로 ‘골초’로 유명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6월 23일자 노동신문
소식통은 “평양 시민들은 금연은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은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원수님부터 금연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 번 더 기록영화에서 담배피우는 영상이 나오면 이젠 정말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