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독립 노선 의도를 나타내 온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첫 해외 순방에서 중국이 인정하는 명칭인 ‘중화민국 총통’이 아닌 ‘대만 총통’이라는 서명을 사용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27일 대만 롄허(聯合)보와 중국 관찰자망 등에 따르면 린쥔셴(林俊憲) 민진당 입법위원은 차이 총통이 25일 개통식을 가진 새 파나마 운하를 둘러보면서 방명록에 남긴 서명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여기에는 차이 총통의 이름이 영문과 중국어로 쓰여있고 ‘백년의 기간 산업을 목격하다’(見證百年基業), ‘손잡고 영광스러운 풍경을 함께 창조하자’(携手共創榮景)는 문구도 담겨 있다. 문제는 방명록 끝에 적은 총통의 표기였다. 여기에는 ‘president of TAIWAN(ROC)’, 즉 ‘대만 총통(중화민국)’으로 되어 있다.
이 서명이 공개되자 야당인 국민당의 입법위원으로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蔣万安) 위원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대만 헌법상 국호도 ‘중화민국’이고 파나마의 초청장에도 ‘중화민국 총통’으로 되어 있다”며 “당연히 president of Republic of China(Taiwan)이라고 표기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원쥔(馬文君) 입법위원은 차이 총통이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관찰자망도 “서명이 틀렸다. ‘대만(중화민국) 총통’이 아닌 ‘중화민국(대만) 총통’이라고 써야 맞다‘는 누리꾼의 지적을 소개하며 차이 총통을 비판했다.
칭화(淸華)대 대만연구소 부소장 우융핑(巫永平) 교수는 관영 환추(環球)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대만 당국의 일관된 정식 표기를 바꾸는 것이자 매우 위험한 신호“라며 ”앞으로의 양안관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 정부는 5월 20일 출범 직후인 26일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새로운 국가 명칭을 채택해 독립 노선 의도를 드러냈다는 중국 측의 비판을 받았다. 새 정부 출범 3일 후인 5월 23일에도 주미 대표를 새로 임명하면서 ’신임 주미 대사‘로 임명해 대만을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시도했다. 차이 총통은 취임사에서도 ’대만‘이라는 용어를 6차례 사용하면서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