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국전자 ‘여름’편
TV 광고는 특성상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한다. 15∼30초는 화살처럼 훅 하고 날아가 버릴 만한 시간이다. 후다다닥 지나가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제대로 된 광고다. 그렇다고 제품 선전에 회사 자랑까지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우겨넣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자칫 깨알 글씨로 조항을 잔뜩 나열해 놓은 보험 안내서 같은 광고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좋은 광고인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제품이더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악의 경우도 있다. “아, 재밌었다. ○○ 제품을 꼭 사야겠어”라는 경우다. 뭐가 문제냐고? ○○제품은 경쟁사의 제품이다. 그러니까 시청자는 기껏 CF를 보아놓고는 경쟁사의 광고로 오인을 하고 만 것이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도 없지는 않다.
보국전자의 여름 편 CF 역시 ‘후다다닥’ 지나가는 광고다. 김지호가 연기한 엄마와 어린 딸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에서 광고가 시작된다. ‘보국의 생각’이라는 자막이 뜬다.
드디어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한다. 엄마가 드럼세탁기에 담요처럼 보이는 제품을 집어넣고 있는 장면이다. “전기요를 세탁기로 돌린다는 생각”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전기요가 보국전자의 간판제품 중 하나라는 것은 알겠지만, 여름에 웬 전기요? 세탁기로 세탁이 가능한 전기요라는 것은 확실히 대단하고 심지어 획기적이기까지 하다는 생각이지만 ‘여름 편’ CF에 등장할 만한 물건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름철 이열치열을 위해 전기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일까.
이 광고는 “여름을 생각하면 보국이 보입니다”라는 멘트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후다다닥 지나갔지만 실은 뭘 봤는지를 잘 모르겠다. 분명하게 전달된 메시지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웬 전기요?”라는 것뿐이다.
어쨌든 여러분은 여름을 생각하면 보국이 보이시는지. 솔직히 말해 이 광고를 생각하면 ‘뜬금없음’이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