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강경 회원국, 머뭇거리는 英 성토 佛 “불확실성 길어질수록 고통 커져”… 獨 “서두를 필요 없어” 자제 당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포스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을 응징하려는 일부 회원국의 자제를 당부하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합을 향해 달려온 ‘EU호(號)’에 균열을 남긴 영국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감정이 앞서지만 지금은 브렉시트 충격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서다.
당장 28,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28개 회원국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강성 회원국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이후에도 EU 탈퇴 협상 개시를 머뭇거리고 있는 영국을 성토하고 있다. 10월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캐머런 총리는 28일 만찬에서 다른 국가 정상들로부터 영국을 EU 탈퇴로 몰고 간 책임을 추궁당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 둘째 날인 29일에는 캐머런 총리를 제외한 27개국 정상이 모여 영국과의 ‘이혼 절차’를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를 갖는다.
회의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해 세계적인 브렉시트 충격 최소화 및 유럽-미국 간 공조 등 대응 방침을 논의한다. 당초 케리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논의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찾으려 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브렉시트 해법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 협상 개시 시한에 대해서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25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등 EU 대표들은 “영국은 조속히 떠나라”며 신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영국의 신속한 EU 탈퇴에 대해선 프랑스가 가장 강경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영국과 유럽 금융시장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며 “가능한 한 빨리 투명한 절차를 통해 탈퇴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를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즉각적인 이탈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 총리가 독일 산업계의 요구를 주의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독일의 대(對)영국 수출은 830억 달러(약 97조1100억 원)로 영국의 대독일 수출 규모의 두 배에 가깝다. 독일 산업계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더라도 별도의 무역협상을 통해 관대한 조건의 파트너십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