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게 뭐지?’ 한 맥주회사의 CF를 보다 든 생각이었다. 일단 영상은 눈길을 끌었다. 패럴림픽이 열릴 때마다 현장을 누비는 조세현 사진작가가 떠올랐다. 그는 “휠체어럭비를 처음 봤을 때 상상을 뛰어넘는 역동적인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곤 했다.
‘장애인을 응원하는 공익광고’라고 지레 결론 내릴 때쯤 눈을 크게 떴다. 6명 중 5명이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장애인 친구를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를 즐긴 거였다. 우정이 주제였다지만 착상부터 기발했다. 장애인이 뛰면서 농구를 할 수는 없어도 비장애인이 휠체어농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하지만 평소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속에 휠체어농구 리그가 출범했다. 서울시청, 고양시홀트, 제주도, 대구시청 등 4개 팀이 출전해 팀당 15경기씩 정규리그 총 30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지만 경기당 100여 명에 그친 관중석은 썰렁했다. ‘아시아 최초의 휠체어농구 리그’라는 자긍심을 갖기에는 관심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했다. 휠체어농구를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의 롤 모델’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TF 위원장을 맡은 한국스포츠개발원 김권일 박사는 “유럽에서 휠체어농구 리그가 자리를 잡은 것은 스포츠를 통한 장애인 복지 실현을 위해 ‘수요가 있으면 지원을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부족하면 스페인처럼 복권 기금을 활용하는 국가도 있다. 국내 리그는 아직 도입 초기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잘 정착되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이고 다른 장애인 스포츠 종목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농구 2016시즌은 10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약 두 달 동안 열린다. 무궁화전자가 참가하면서 출전 팀이 하나 늘었다. 내년에는 한 팀 더 늘려 짝수를 채우고, 2020년까지는 8구단 체제를 만들겠다는 게 연맹의 목표다.
많은 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다. 휠체어농구가 ‘장애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건이 된다면 각급 학교가 휠체어농구를 단체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교과서로 사회통합을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듯싶다. 장애인 친구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