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당류 섭취 권장량이 아직도 세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상황을 감안할 때, 단순히 외국의 정책 시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으면 뚱뚱해진다. 비만의 원인을 굳이 식품 종류별로 나눠 따져본다면 g당 4Cal의 열량을 내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설탕보다는 9Cal의 열량을 내는 지방을 줄여야 한다. 즉, 설탕보다는 삼겹살을 덜 먹는 게 더 낫다는 의미다.
당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오해도 심각하다. 사람들은 탄산음료나 과자에 들어 있는 당은 ‘나쁜 당’이라 피해야 하고, 과일이나 꿀에 들어 있는 당은 ‘착한 당’이라 착각한다. 당 섭취량을 줄이자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 자체를 나쁜 성분으로 규정하거나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고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대부분의 당류를 과일(33%)과 우유(14.5%)에서 섭취하고 있다.
자칫 설탕만 줄이면 모든 건강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소비자에게 심어 준다면 정부의 정책 발표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넓은 시야의 균형 잡히고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필요한 때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