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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장 비토당한 김용태 “당권 도전”… 친박에 선전포고

입력 | 2016-06-28 03:00:00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27일 8·9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자리를 뜨고 있다. 김 의원은 “수직적 당청관계를 근본적으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이 27일 8·9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의 스타트를 끊었다. 비박(비박근혜)계가 먼저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김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김용태를 선출하는 것 자체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친박계를 의미)에 대한 단죄”라고 주장했다.

친박계도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제1사무부총장직을 사퇴했다. 비박계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퇴진 당시 김 의원의 ‘동반 사퇴’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표면적으로 “전당대회 준비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당의 화합을 위해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친박 대표 만들기’를 위한 ‘1보 후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인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의 출마 여부는 다음 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김용태 “피해자가 용서해야 화합 가능”

김용태 의원은 출마 선언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수행주 부진즉퇴(逆水行舟 不進則退)”라고 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처럼 나아가지 않으면 바로 뒤로 밀린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특정 계파가 일방적으로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면서 당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며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와 당헌당규를 훼손하는 당내 특정 세력의 자의적 당권 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정조준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유승민 의원 등을 (공천에서) 잘라낸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어떻게 공천해도 새누리당이 이긴다’, ‘몇 석 잃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오만”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6개월 내에 공직 후보 선출 제도를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했다가 계파 갈등을 촉발한 국민공천제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계파 갈등이 더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양비론은 당의 혁신을 가로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공천 파동으로) 피해를 본 희생자(낙선자)들이 용서하고 같이 가자고 하는 것과 피해를 준 사람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같이 가자는 건 천양지차”라며 “희생당한 분들의 토라진 마음을 어루만져 준 다음 그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당청 간 ‘수평적 소통 관계’를 강조하며 “박 대통령을 만나면 국회의원 300명 한 분 한 분을 모두 만나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비박계는 교통정리에 부심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5선)은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며, 나경원(4선) 이종구 의원(3선)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정 의원과 김 전 대표 등을 만나 자신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 내부에서 쉽게 교통정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 최경환, 다음 주 중 출마 여부 결심할 듯

김 의원의 ‘첫 출마 선언’에 당내 관심은 최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그가 출마한다면 이번 전당대회는 각 계파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당권 전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친박계에선 원유철 이주영 홍문종 이정현 의원 등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 의원이 나선다면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김용태 의원은 또 다른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를 공언한 상태다.

다만 이주영 이정현 의원 등은 ‘단일화는 없다’는 태도다.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친박계 일부에서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하기로 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어 다시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 의원 측은 “최 의원의 당권 도전은 청와대와의 최종 조율이 필요하다”며 “늦어도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는 다음 주 중 출마 여부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최 의원의 최측근인 김태흠 의원은 이날 부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친박계가 총선 백서 발간이나 조직위원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권 전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역(逆)음모론’이라고 강조했다. 친박계의 당권 도전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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