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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이성민 “66년前 지켜낸 자유의 소중함 뒤늦게 깨달아”

입력 | 2016-06-28 03:00:00

탈북 이성민씨 美 6·25기념음악회서 참전용사에 감사 인사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퀸스 플러싱의 프라미스교회에서 열린 6·25전쟁 66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탈북자 출신 컬럼비아대 유학생인 이성민 씨가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6·25전쟁 참전미군 노병들께서 66년 전 싸워서 지켜내신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저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25일(현지 시간) 오후 8시 미국 뉴욕 플러싱의 프라미스교회에서 열린 6·25전쟁 66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탈북자 이성민 씨(28·컬럼비아대 유학 중)는 강의 시작 전 군복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은 참전용사 10여 명에게 “탈북 대학생으로서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가 주최하고 주뉴욕 한국총영사관 등이 후원한 자리였다. “북한에서도 6·25 때마다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처럼 전쟁에서 쓰러진 많은 분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비난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미국은 철천지원수라고만 배웠습니다.”

그는 “인민학교(초등학교) 산수 시간에도 ‘영웅적 인민군이 10명의 미군 중 7명을 처치했으면 남은 미군은 몇 명이냐’는 식으로 배웠다”고 했다. 그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자랐는데 ‘왜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에선 사람들이 막 굶어 죽는데 중국은 그렇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12세 때 압록강변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조선족 아이가 준 초콜릿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이런 맛있는 간식이 있었구나. 감사의 뜻으로 김일성 배지를 선물했는데 그 아이가 전혀 고마워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습니다.”

2010년 한국에 온 이 씨는 “북한의 실상과 남한의 발전상이 담긴 DVD나 USB(휴대용 저장장치)가 북한으로 유입돼 들어오곤 하는데 나도 그걸 보고 자유와 인권, 배울 권리 같은 가치에 눈을 떴다. 여기 계신 노병들이 66년 전 지켜주신 그 가치를 너무 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