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캠페인
▲요실금 증상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유한킴벌리 제공
대학생 김모 씨(21·여)는 최근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던 어머니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화장실에 들어가자 이런 생각을 했다. 김 씨 어머니는 원래 활발하고 잘 웃는 성격으로 친척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하지만 요즈음 불현듯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고, 함께 다니던 필라테스 수업도 “당분간 그만두겠다”고 하더니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김 씨는 어머니가 갱년기 우울증을 겪거나 자신에게 화가 난 일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외출할 때마다 화장실이 어딘지부터 찾는 어머니의 모습, 늘어가는 속옷 빨래를 보고 ‘혹시 요실금이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장년 42% “요실금 부끄럽다”
활동적이었던 어머니나 아내가 갑자기 내성적으로 변하거나 짜증이 늘었다면 요실금이 아닌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요실금은 소변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데도 갑자기 소변을 보게 되는 현상이다. 최근 고령화와 함께 유병율도 증가하고 있다. 요실금에는 △별다른 원인이 없는 진성 △기침 등에 의해 복압이 올라갔을 때 발생하는 복압성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성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 넘쳐흐르는 일류성 등이 있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치료하지 않아도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실금을 앓는 환자는 사회 생활에 큰 불편과 함께 수치심을 경험한다. ‘내가 소변도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나’라거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 생각이 이어지는 것. 유한킴벌리 ‘디펜드’가 4월부터 2개월간 전국의 액티브 시니어(외모, 건강관리, 패션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50, 60대) 16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요실금은 부끄러운 증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2%이나 됐다. “요실금을 숨긴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34%였고, 특히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5%였다. 요실금을 ‘수치스럽고 숨겨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전용 언더웨어만으로도 마음 안정”
요실금은 남성보다 요도가 짧고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요실금 환자의 95% 정도는 여성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성에게서 요실금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치료를 고려해야 하지만 우선 전용 패드 등 언더웨어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신체적인 고통보다는 ‘사회적 질환’에 가까운 증상인 만큼 언더웨어 착용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되는 요실금 전용 언더웨어는 과거와 달리 두께가 얇아 겉으로 잘 보이지 않고 착용감이 좋아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실금 환자 증가에 따라 성인 언더웨어 시장이 커지면서 형태는 팬티형과 패드형으로 나뉘고 소변 흡수량에 따라서도 다양한 선택사항을 갖춘 제품이 나오고 있다. 남녀용이 따로 갖춰진 것은 물론이다. 다만 아직 인지도는 낮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소비자의 62%는 “요실금 전용 언더웨어에 대해 듣거나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 한 중년 여성이 유한킴벌리 디펜드의 ‘설문버스’에 자신의 소망을 적어 붙이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이 같은 현실엔 요실금을 부끄럽게 여겨 전용 언더웨어를 공개적으로 구매하는 걸 망설이는 문화, ‘기저귀를 찬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인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활 속에서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인데도 ‘남우세스럽다’는 이유로 요실금을 숨기는 데 주력하는 것. 전문가들은 “최근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윈즐릿도 셋째를 출산한 뒤로 요실금을 겪고 있다고 공개하며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며 “만약 가족이 요실금 대응을 망설이고 있다면 남편이나 자녀가 대신 전용 제품 등을 챙겨주는 식으로 열린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