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강정호가 키웠지.”
21일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 말이다. 강정호(29·피츠버그)가 떠난 뒤 유격수 김하성(21·넥센)이 빠르게 성장한 것을 빗댄 것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작년에 김하성이 왜 컸겠어요. 아무도 관심이 없었거든. 그냥 혼자 신나게 놀았던 거예요(웃음).” 올 시즌을 앞두고 외야수 임병욱(21)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염 감독이 “병욱이에게 기회는 주지만 바라는 건 없다”면서 덧붙인 말이다.
지난해 20홈런-20도루 달성을 눈앞에 둔 김하성에게 심재학 타격 코치는 “지금 너 스무 살인데 진짜 잘한 거다. 더 보여주려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편하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결국 (20호 홈런은) 안 나왔지만 그런 믿음을 주신 것 자체가 저에게는 엄청난 자극이었다”는 김하성은 올 시즌 일정의 절반도 소화하지 않은 2일, 리그에서 첫 번째로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두 자리 수 홈런-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김하성과 정근우(한화) 뿐이다.
박건우 역시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못 친다고 누가 뭐라고 하냐. 왜 혼자 주눅 들어있냐.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이제 벤치에서도 박건우의 활약은 큰 활력소다. “분위기 메이커 자리를 넘겨줄 때가 됐다”는 전임 주장 오재원은 “슬슬 야구장에서 인상도 쓰고 어깨도 많이 올라왔어요. 사이클링히트도 한 대선수잖아요”라며 웃었다.
김하성과 박건우는 모두 강정호와 김현수를 대신하기에는 한참 멀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두 거인’이 머물던 자리에 막 싹을 틔운 이 신예들이 어디까지 자랄 지는 ‘GOK(God Only Knows·신만 안다)’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