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건설-부동산 시장 영향은
6월 중순 정부가 분양시장의 중도금 대출 규제 방침을 밝힌 이후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매수세가 줄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고가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서울 서초구 반포동).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강남 재건축 광풍 한풀 꺾일 듯
건설업계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아닌 건설사의 연대보증으로 중도금을 빌릴 경우 1금융권과 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각각 0.5∼0.7%포인트, 1.0%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영업팀 관계자는 “투기성 수요자들이 여러 곳에 동시에 청약하는 ‘묻지 마 청약’이 어려워지면서 입지 여건에 따라 분양의 성패가 더욱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그동안 적극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해온 건설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거래량 30% 줄고, 지방 집값 떨어질 것”
전문가들은 중도금 대출 규제와 함께 브렉시트 국면과 맞물려 하반기 주택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주택 거래가 얼어붙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8일 내놓은 보고서 ‘2016 하반기 주택부동산 전망’에서 올해 하반기(7∼12월)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폭이 0.3%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1∼6월)에는 0.6% 상승했다. 지방의 주택 매매가는 하반기에 1.0%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거래량 역시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25% 감소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30% 정도 줄어들면서 지난해보다 매매거래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 전매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강북권 재개발과 부산, 경남 등 지방의 일부 고가 대형 아파트도 이번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며 “실제 거주 목적으로 주택 시장에 접근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브렉시트로 인해 금리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구입 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유망 투자처가 없어 부동산에 묶여 있던 투자금이 곧바로 회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후속 규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구가인·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