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 규모 12개국 중 11위
한국은 하드웨어에서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요지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서버 활용, 업무 화상회의 등 선진국의 정부와 기업은 이미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도 한국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 ICT 강국, 활용도는 꼴찌 수준
해외 선진국에선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 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직접 본인이 드러나지 않는 비식별화 정보조차 활용이 제한돼 있어 기본적인 타깃 마케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국내 정부 부처가 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1만 개 구축을 목표로 2014년 시범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내 서버와 화상회의 시스템 등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업무 방식도 구식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이직한 A 씨는 “이직 전에는 자체 개발한 사내 서버가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돼 있어 버튼 하나만 눌러 인도, 미국, 싱가포르 세계 어디와도 화상회의를 하곤 했다”며 “국내 기업으로 옮긴 뒤로는 가끔 하는 화상회의를 위해서도 정해진 회의실로 우르르 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IT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B 씨도 “습관처럼 메신저로 결재 자료를 보냈는데 팀장이 ‘안 뽑아 와?’라고 해서 결국 프린트를 해 가면서 낯선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 실질적 디지털 경제로 나아가야
보고서는 국가의 디지털 활용 수준을 ①디지털 활용 능력 ②디지털 테크놀로지 ③디지털 액셀러레이터 등 세 분야로 나눠 평가했다. 분야별로 지난해 각국 정부와 주요 기관 공시 자료 및 포천 500대 기업을 포함한 액센츄어 고객사 임원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를 진행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국가별 통신 속도와 스마트폰 보급률 등 하드웨어 인프라를 의미한다. 디지털 액셀러레이터는 국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표적 사례로, 디지털·IT 관련 창업을 위해 조성된 정책적·사회적 환경과 의식 수준을 뜻한다.
한국은 전체 노동인력의 37%가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본금의 15% 정도만 디지털 분야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의 경우 ①디지털 활용 능력 ③디지털 액셀러레이터 ②디지털 테크놀로지 순으로 우선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고광범 액센츄어 디지털그룹 전무는 “한국은 ICT와 물리적인 실제 산업을 융합해 스마트 팩토리 등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