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 방향]특단의 대책커녕 ‘안이한 추경’
20조 원대의 재정보강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브렉시트 변수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고, 정책적 함의와 이를 반영한 정책 기조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브렉시트 추경’으로 미흡”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추경은 10조 원 규모로 브렉시트 사태 발생 이전 정치권에서 논의된 규모에 그쳐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브렉시트를 고려할 때 정부가 발표한 추경 규모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브렉시트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브렉시트보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더 크다”며 “브렉시트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안돼 경제적 영향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4월까지의 세수실적만 갖고 ‘외상 추경’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9조6000억 원의 국채를 발행했고,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5.7%에서 37.5%로 올라갔다. 올해는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조2000억 원과 목표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중 8조8000억 원을 모아 나랏빚을 내지 않고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이에 대해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칫 세무당국이 세수 전망치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세금을 거두면 오히려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렉시트의 도화선이 됐던 양극화 문제의 해결, 기업 구조조정 이후를 대비한 산업구조 개혁 등과 같은 근본적인 해법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취업성공 패키지에 조선업 실직자를 포함시키기로 하고 장년 인턴 규모도 3000명 이상 확대하는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원도급 업체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과거 정부가 발표해왔던 내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 추경 각론과 시기가 관건
전문가들은 정부가 1년에 두 번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할 때, 브렉시트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한 단기 대응과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경제 체질을 바꾸는 큰 그림을 함께 언급해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위적인 부양을 줄이고 경제체질 개선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