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많은 사람이 우주를 인류가 정복할 마지막 개척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곳을 현대 과학의 마지막 영역이라 여기며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류의 건강하고 편리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몸도 몇 겹의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두개골과 두피,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뇌 척수액에 둘러싸여 상당히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자, 이제 이곳이 어딘지 다들 알아챘나요? 바로 인간의 근육과 심장, 소화기관 등 모든 기관의 기능을 조절하고 인간의 복잡한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뇌’입니다.
최근 들어 뇌 연구가 더욱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뇌 손상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인공지능 연구 등 뇌의 기능을 응용한 다른 학문과의 융합 연구가 활발합니다.
뇌의 기능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인류의 건강한 삶은 과연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얼마 전 우울증과 자살 시도에 대한 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우울증을 앓게 되면 뇌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특히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결과였죠. 여기서 전두엽은 판단, 사고, 계획, 억제 같은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하는 곳이고 변연계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충동, 섭식(먹는 일), 기억을 관장합니다. 우울증 환자가 자살 생각을 하면 변연계가 활성화되고 우울증으로 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이 줄어들면, 충동적으로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뇌의 기능과 관계를 분석할 수 있으면 치료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충동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유도하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아직은 뇌 기능 분석에 대한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활발한 연구가 기대됩니다. 논리력과 수리력에 강점이 있고 인공지능, 로봇, 정보처리, 인지심리에 관심 있는 친구들, 뇌의 질환과 치료를 공부해 보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이 분야를 미래의 진로 영역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