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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은 前 런던시장 존슨… 순풍 탄 ‘제2 대처’ 英 내무장관 메이

입력 | 2016-06-29 03:00:00

英 26년만에 여성총리 탄생하나
가장 유력했던 ‘탈퇴주도’ 존슨 ‘장밋빛 유세’ 상당부분 허위 드러나
지지율 36%서 24%로 추락
메이, 이민-치안 문제 단호 대처… 집권 보수당 차기대표로 부상




보리스 존슨

10월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후임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인사들이 등장해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들은 9월 2일까지 선출될 집권 보수당의 차기 대표(총리)로 EU에 우호적인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60·여)과 EU 탈퇴를 외친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52)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임 총리는 EU 탈퇴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서야 한다.

존슨 전 시장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일찌감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선거전에서 그가 주장한 ‘장밋빛 희망’이 상당 부분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자 역풍을 맞고 있다. 그는 최근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 EU 회원국 국민의 영국 이주를 제한하면서도 EU의 단일 시장에 잔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 외교관들은 존슨 전 시장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존슨 전 시장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존슨 전 시장이 당 대표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테리사 메이

가디언은 이번 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이 장관이 ‘반(反)존슨 카드’로 당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 같다고 27일 전망했다. 메이 장관이 총리에 오르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등장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최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를 인용해 메이 장관이 응답자 31%의 지지를 받아 차기 총리 후보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존슨 전 시장은 24%로 2위에 그쳤다. 유고브의 4월 조사에선 존슨 전 시장(36%)이 메이 장관(14%)을 두 배 이상으로 앞섰다.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적극적으로 투표 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또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이민 억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EU 주요국 내무·교통장관회의에서 국경 통제를 부활하고 영국으로 이주하는 EU 시민권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 남부 이스트본에서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태어난 메이 장관은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에서 근무했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금융컨설턴트로 일하며 런던 기초의원을 지냈다. 1997년 런던 서부 버크셔의 한 선거구에서 당선돼 하원에 들어갔다.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뒤 내무장관에 기용됐다. 이민과 치안 문제 등에 단호한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를 보여줘 ‘제2의 대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존슨 전 시장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로 명문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유럽의회 의원과 EU 집행위원회 간부를 지냈으며 외할아버지는 유럽인권위원회 의장을 지낸 저명한 변호사 제임스 포셋으로 명문가 출신이다. 증조할아버지가 터키 오스만 제국의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계다.

즉흥 연설도 잘하고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으로 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언론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이미지가 사실은 치밀한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크고 작은 설화(舌禍)를 입었다. 존슨 전 시장은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에서 근무하다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2001년 하원에 입성했으며 2008년 44세의 나이로 런던의 행정 수장(首長)에 올라 주목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다 5월 임기를 마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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