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충남 서산의 계암고택. 한국관광공사 제공
안영배 전문기자 풍수학 박사
매년 여름이면 녹화한 비디오를 틀 듯 되풀이되는 현상은 또 있다. 피서와 힐링 여행의 기쁨도 잠시, 막상 집으로 돌아오면 피곤과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대부분 휴가지에서의 무절제와 오가는 길에서의 교통체증 탓이려니 하고 만다.
과연 그럴까. 풍수학을 하는 필자는 그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다. 바로 잠자리 문제다. 숙박을 낀 여행에서 잠자리 문제는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수맥 같은 유해한 지기(地氣)나 공중의 전자파 등 유해한 천기(天氣)가 흐르는 곳에서 숙박할 경우 잠을 설치거나 아침에 일어나서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 이게 누적되면 만성 피로와 무력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풍수 현장 답사를 하다 보면 잠자리가 편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낀다. 천기형(天氣形) 기운이든 지기형(地氣形) 기운이든 생기(生氣)가 있는 잠자리에서는 낮에 무리를 하거나 늦게 자더라도 다음 날 별로 피곤하지 않다. 잠을 푹 자는 동안 방전된 몸이 활기 있는 에너지로 충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유해한 기운이 감도는 터에서 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름의 숙박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아무리 시설이 훌륭하고 주변 경치가 좋아도 유해한 천기나 지기가 있는 숙박 장소는 무조건 피한다 △좀 허름해 보여도 기운이 좋거나 최소한 무해무득(無害無得)한 곳이면 합격이다 △이런 곳을 찾을 수 없으면 무리해서라도 당일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잠자는 터는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일반인이 여행지에서 기운 좋은 터와 그렇지 않은 곳을 가려내기가 힘들다는 점일 것이다. 이때 권하고 싶은 잠자리가 유서 깊은 고택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 ‘명품고택’이란 이름의 한옥스테이 관광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택과 종택 중 문화재로 지정되었거나, 70년 이상 된 한옥 중 종부가 직접 살림을 맡고 있는 집을 엄선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고택은 대대손손 집안이 무탈하게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유해한 기운이 적거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운 좋으면 고택의 명당 기운도 누릴 수 있다.
대학에서 유적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최모 연구원은 “경북 경주에 가면 늘 숙박을 하는 한옥이 있다. 그곳에서는 잠도 잘 오고 일어나면 몸에서 활력을 느낀다. 시설 좋은 호텔이나 콘도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 줄곧 고택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후에 그가 말한 고택을 찾아가 보았더니 천기형 기운이 강한 명당이었다.
유적지가 아니더라도 남해 범바위, 지리산 천년송, 역사적으로 유명한 치유 약수터처럼 특별한 기운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도 전국에 많다. 이를테면 남해 범바위는 지기형 기운에 더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력선도 있다. 이곳에서 나침반을 대면 바늘이 빙빙 돌아갈 정도다. 보이지 않는 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서 여행에서 주의할 점. 익사나 추락사,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대개 그런 곳에는 유해한 기운이 서려 있고, 그 기운과 공명(共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올해는 풍수를 응용한 힐링 여름 여행을 추천해 본다.
안영배 전문기자 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