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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의 시장과 자유]‘더민주 짝퉁’ 새누리당에는 미래 없다

입력 | 2016-06-29 03:00:00


권순활 논설위원

여야 의원 76명이 참여한 국회연구단체 ‘경제재정연구포럼’이 22일 출범했다. 4당 대표의 축사 중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심 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을 읽어내려 갈 때 정의당의 원고를 가지고 왔나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20일 연설을 ‘성장 담론이 빠진 좌경적 경제민주화 주장’이라고 비판했지만 원고 전문을 읽어 보면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一家)의 잘못된 행태를 질타했지만 귀족노조를 등에 업은 대기업과 공공 부문 정규직의 특권 내려놓기도 촉구했다.

시장경제와 ‘따뜻한 가슴’

시장경제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여긴다면 큰 오해다.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이들은 정상적 경쟁이 불가능한 신체장애인이나 여건이 더 열악한 발달장애인, 인간다운 삶이 어려운 절대빈곤층과 소년소녀가장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다. 기업 오너 일가의 불법은 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지정책이 변질돼 심신이 멀쩡한 청년들에게 국민 세금을 수당으로 퍼주거나 ‘썩은 사과’를 도려내는 데 그쳐야 할 기업정책이 대기업에 대한 맹목적 반감과 규제 확대로 이어지는 데는 반대한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자본주의 4.0’ 운운하는 경제민주화 주장이 확산되면서 성장동력을 갉아먹었다.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옥죄는 법률과 시행령이 쏟아졌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대기업을 위축시킨 정책 효과(?)는 거뒀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형편도 더 어려워졌다. 각 부문의 격차는 줄여야 하지만 성장 추락과 일자리 감소라는 총체적 빈곤화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는 아닐까.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지만 나는 전통적 지지층에게 투표장에 가야 할 의미를 부여하는 데 실패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선거 기간 중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보수성향이 뚜렷한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집토끼 생각만 하는 등 너무 극우적 이념을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이념과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경제와 안보정책을 지금보다 왼쪽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짝퉁 보수 정당을 지지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의 좌클릭은 ‘4·13 쇼크’보다 훨씬 큰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것이다. 제대로 된 우파 정당의 부재(不在)는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빈곤화의 위험성 경계해야

2003∼2005년 영국 보수당 당수를 지낸 마이클 하워드는 ‘보수주의자는 믿는다’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통해 16개항의 신조를 밝혔다. 모두 소개할 순 없지만 세 가지만 인용한다. ‘국민은 그들이 삶의 주인이고 지나친 통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책임 없는 자유는 있을 수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부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가난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지켜야 할 가치는 소홀히 하고 기회주의와 웰빙 체질에 젖은 상당수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워드의 ‘16개 신조’를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