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데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제이슨 데이·매킬로이·비제이 싱 등
‘지카 공포’에 톱랭커 줄줄이 불참선언
메이저대회보다 매력도 또한 떨어져
112년 만에 올림픽에 다시 서는 골프가 스타들의 연이은 불참 선언으로 맥이 쭉 빠졌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카 바이러스 우려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같은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계속해서 특급 스타들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있다. 앞서 애덤 스콧(호주), 비제이 싱(피지),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등도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로리 매킬로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특급 스타들이 올림픽 출전을 고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지카 바이러스’다. 가족과 개인의 건강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올림픽이 메이저대회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골프의 꽃으로 불리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엄청난 부와 함께 명예가 뒤따른다. PGA 투어의 경우 상금으로만 약 20억원 정도를 벌고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드도 5년 이상을 받는다. 마스터스 같은 경우엔 평생 출전권도 보장받는다. 물론 올림픽에서 우승하면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메이저대회 챔피언보다 더 큰 영광일지는 선수들이 판단할 몫이다.
또한 경기가 개인전으로만 열린다는 점과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각국 2명(15위 이내는 최대 4명)으로 출전을 결정하면서 단 60명이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나흘 동안 경기가 진행되지만, 메달은 단 3개뿐이다. 결국 그조차도 상위랭킹 몇 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하위권 선수들은 출전에만 만족해야 하는 방식이다. 여자골프의 경우 출전 후보 60명 중 올림픽랭킹 30위 이하의 선수들은 투어에서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무명들이다. 브라질 대표로 나설 예정인 미리암 네글의 세계랭킹은 440위에 불과하다.
비제이 싱.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여파가 한국선수들에게까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올림픽 엔트리 마감을 약 2주(최종 7월11일) 남겨두고 있지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이유는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남자골프스타들과 비슷하다. A선수의 관계자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도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도 있고 치안 상태도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고 들었다. 여자선수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